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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신문] "비영리법인 허가를 왜 국가가…"

  • 날짜 2026.04.06
  • 조회수 13

위헌 심판대 오른 민법 제32조
행정청이 재량 광범위하게 행사
대리인단에 변호사 66명 참여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토론회 참석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4월 1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약 200명이 참석했다. 백성현 기자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토론회 참석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4월 1일 서울 여의도동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토론회에는 약 200명이 참석했다. 백성현 기자

민법 제32조에 규정된 비영리법인 설립허가주의가 처음으로 헌법재판소 판단대에 오르면서, 60여 년간 유지돼 온 제도의 존폐 여부에 법조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는 주요 로펌 12곳 변호사 66명이 참여한 공익 연합 형태의 대리인단이 꾸려지면서 제도 개편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의 설립 거부처분, 헌재로
사건은 청소년의 사회참여 확대를 목표로 활동해 온 '청소년직접행동'이 2024년 7월 성평등가족부(당시 여성가족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거부당하면서 시작됐다.
여가부는 해당 단체가 서울에만 사무소를 두고 있고 재정적 기초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지만, 단체 측은 유사한 조건의 기존 법인들과 비교할 때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이라고 반발했다.

이후 행정소송과 함께 민법 제32조 자체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이 신청됐고, 서울행정법원이 2025년 12월 위헌제청 결정을 내리면서(2025아12945) 사건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2025헌가20).

"비영리활동 막는 민법 조항" 주장
쟁점의 핵심은 민법 제32조가 비영리 사단·재단법인 설립에 '주무관청의 허가'를 요구하면서도 그 기준과 요건을 법률에 명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설립 여부가 행정청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지고, 결과적으로 결사의 자유와 평등원칙, 과잉금지원칙, 의회유보 원칙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제청 취지다.

민법 제32조는 '학술, 종교, 자선, 기예, 사교 기타 영리아닌 사업을 목적으로 하는 사단 또는 재단은 주무관청의 허가를 얻어 이를 법인으로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상당수 단체가 이로 인해 법인 설립을 포기하거나 장기간 대기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제도 운영의 구조적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첫 심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4월 1일 서울 여의도 국회박물관에서 열린 '위헌 심판대에 선 비영리법인 허가주의' 긴급토론회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 결함이 집중적으로 지적됐다.
발표자들은 법률이 정해야 할 본질적 사항이 행정청의 판단에 맡겨지면서, 결사의 자유와 평등원칙, 과잉금지원칙까지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경목(사법연수원 26기)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행정작용은 국회가 정한 형식적 법률에 근거해야 하는데, 현재 구조는 허가 여부를 사실상 행정청 재량에 맡겨 둔 상태"라며 "허가 요건을 법률로 정하지 않은 채 광범위한 재량을 인정하는 방식은 의회유보 원칙이나 과잉금지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행정법원 역시 제청 결정에서 "단체에 법인격을 부여할지 여부가 행정청의 재량에 전적으로 맡겨질 경우, 국가나 사회의 주류적 견해에 부합하지 않는 단체는 법인격 취득이 어려워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시대적·국제적 기준에도 뒤처져
비교법적 관점에서도 현행 제도의 문제는 분명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동진 서울대 로스쿨 교수는 "현재 비영리법인 설립에 허가주의를 유지하는 국가는 한국을 제외하면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 불과하다"며 "국제적으로는 법이 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설립을 인정하는 준칙주의가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이미 비영리법인 설립을 원칙적으로 자유화하는 '준칙주의'로 전환하고, 공익성 여부는 별도의 인증이나 세제 혜택 단계에서 판단하는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국회의원들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허가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이학영 의원은 "공익활동이 더욱 중요해지는 시대에, 현행 제도는 이를 뒷받침하기보다 오히려 시작 단계에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형 로펌 총출동한 대리인단
이번 사건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국내 주요 대형 로펌들이 '로펌공익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펌공익네트워크는 주요 대형 로펌들이 공익 활동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만든 연합체다.

그간 이 문제를 주로 다뤄온 법무법인 태평양과 재단법인 동천을 중심으로, 법무법인 광장, 법무법인 동인, 법무법인 세종, 법무법인 바른, 법무법인 화우, 법무법인 율촌, 법무법인 원, 법무법인 지평, 김·장 법률사무소, 법무법인 대륙아주, 법무법인 로고스 등이 참여한다(참여 변호사 순).

대리인단에는 고영한(11기) 전 법원행정처장과 박보영(16기) 전 대법관, 윤세리(10기) 율촌 명예대표변호사, 고원석(15기) 광장 대표변호사, 박상훈(16기) 화우공익재단 이사장, 윤기원(16기) 원 대표변호사, 유욱(19기) 동천 이사장 등 변호사 66명이 이름을 올렸다.

토론회에서는 "그동안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문제에 대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이뤄질 수 있는 조건이 처음으로 갖춰졌다"는 반응도 나왔다.

이희숙(37기) 동천 변호사는 "위헌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렇다면 민법 개정에 관해 미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어떻게 개정해야 할지 의견을 모으고, 민법 개정안이나 통합 관리 기구를 다룬 법안 등에 관한 연구와 논의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학영 국회부의장과 추미애(14기)·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섭·최보윤(41기) 국민의힘 의원, 최혁진 의원, 로펌공익네트워크, 대한변호사협회 프로보노지원센터, 한국외대 공익활동법센터 등 15개 단체가 주최했다. 한국민사법학회가 학술 후원을, 재단법인 동천·한국공익법인협회·한국YWCA연합회가 주관했다.

토론은 임성택(27기) 사단법인 두루 이사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송호영 한양대 로스쿨 교수, 김정연(변시 1회)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김다혜(변시 4회)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서기관, 박동순 한국YWCA연합회 국장, 홍정우 행정안전부 민간협력공동체과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욱 동천 이사장, 이인용 법무법인 율촌 가치성장위원장, 안경봉 국민대 법대 명예교수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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